공중보건·공공의료 발전의 플랫폼이 되기를

김미경 지역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모임 회장 경기도 군포시보건소 소장

대한공공의학회 창립 20주년을 지보의 회원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보건소 의사들로 구성된 ‘지보의’(지역보건의료발전을 위한 모임) 회원들도 대부분 학회 회원이며 학회 창립 이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공중보건 및 공공의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또한 회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단지 공중보건의 위기 수준이 아닌 사회·경제적으로도 이렇게 심각한 위기상황이 있었을까 싶은 상황이지요. 공중보건 분야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그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어 지금의 상황이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도 생각합니다.

한편 지금까지 시장 논리에 치우쳐 평소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이나 중요성이 거의 인식되지 못하다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다시 소환되어 논의되고 있어 이러한 논의들이 실제로 정책화, 입법화되는 과정을 거쳐 현실화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메르스 이후 감염병 위기상황에 대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의 리더십과 보건소, 공공 및 민간의료기관 등의 협력, 그리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협조로 이번 코로나19의 상황을 잘 극복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일하는 보건소 현장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 많은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없었다면 과연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에 고마움으로 또한 그 어려움을 알기에 미안함으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위중한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을 담당할 의료인들에게 단지 사명감과 헌신만을 강제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위기대응 과정에서 의료진 부족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으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생 증원 등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으나 추진과정에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원점 재 논의라는 사실상 멈춤 상태가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의료서비스는 모든 국민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본권 중의 하나이므로 단연 공공재로 보아야 할 것이며 그런 의제를 기반으로 충분한 숙의과정 및 국민들의 합의를 거쳐 그동안 염원하던 공공의료 확충이 꼭 현실화되길 기대합니다.

대한공공의학회는 주로 보건소와 공공병원 등 정부와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공직 의사로 구성되어있어 그동안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공중보건체계 확립을 위해 함께 학습하고 토론하여 꾸준히 정부나 국회에 의견을 제시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학술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역량 강화에도 큰 기여를 해왔을 뿐 아니라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공공영역의 의사들로서의 외로움을 달래고 서로 동지애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모임으로서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공직 의사들이 우리 지보의와 대한공공의학회에서 함께 활동한 덕분에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버티고 발전해 올 수 있었겠지요.

학회가 20주년을 맞이한 지금, 질병관리청 승격 및 권역별 질병관리청의 설립 등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시대로 가는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고비를 넘고 새로운 출발선에서서 중요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한공공의학회가 새로운 시대에 국민을 위한 공중보건 및 공공의료 발전에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주기를 기대합니다. 활발한 모임과 학술활동을 통하여 탄탄하고 발전된 학회가 되기를 바라며 그로 인해 공공의료가 국민들에게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를, 더 나아가 건강수준 향상으로 행복과 안녕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