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우리나라는 한국섬진흥원 통계상 2021년 12월 기준 총 464개의 유인도가 있으며 이중 특정 섬 지역에서는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에 공중보건의사를 배치하고 있다. 2022년 현행 공중보건의사제도상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되는 비연륙도 의료기관은 도합 46곳이며 보건지소, 보건의료원, 지방의료원, 응급의료지정병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적으로 보건지소의 경우 인천[강화(2),옹진(7)], 전북[군산(2),부안(1)], 전남[신안(8),여수(5),영광(1),완도(8),진도(1)], 경북[울릉(2)], 경남[통영(3)], 제주[
2] 42곳이며, 인천광역시 의료원 백령병원, 울릉군 보건의료원 2곳과 응급의료지정병원인 금일마취통증의학과의원, 신안대우병원 2곳이 이에 해당한다.
연륙 되지 않은 도서지역의 경우 교통 및 교류가 적은 섬 지역의 특성상 폐쇄적인 환경과 접근 가능한 의료자원의 부족으로 매년 배치되는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는 편이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로 접수되는 민원 및 실태 조사를 통해 파악되는 문제들 또한 고질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섬 지역 2차 의료 취약지수 점수(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응급실, 분만실 의료 취약지수 평균)가 육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섬지역이 의료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1]. 특히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된 비연륙도 주변 의료기관 분포의 경우 5km 이내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경우가 92.5%, 의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경우가 76.1%에 달한다[
2]. 이러한 보건의료 환경으로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된 비연륙도 내 의료기관에 많은 의료수요가 발생한다. 그 결과 비연륙도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에게 업무가 과중되어 근무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3].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비연륙도 보건지소의 경우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해 24시간 동안 비상근무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비연륙도 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공중보건의사는 평일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 및 휴일에도 긴급 대기를 포함한 근무를 해야 한다. 또한 근무지이탈금지 명령 때문에 자신의 당직일이 아니더라도, 허가 없이 출도가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비연륙도 배치기관인 보건지소는 의과를 기준으로 2명의 공중보건의사 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협의회에서 파악한 일부 기관의 근무 스케쥴을 언급하면, 2명의 공중보건의사들은 각각 2주 기준 8일의 평일 정규 근무를 수행하게 되고 동시에 5일의 평일 당직근무와 2일의 주말 당직근무를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중보건의사는 2주 기준으로 4일의 휴일과 3일의 평일 당직이 없는 것 외에는 24시간 내내 휴식 없이 지속적으로 근무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배치된 의과 공중보건의사 정원이 다른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다르게 운영될 수는 있으나, 섬 지역의 근무지역 이탈금지 명령에 의하여 섬 지역 보건지소는 일반적인 육지 보건지소와 달리 근무, 휴무 및 퇴근의 구분이 불분명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섬의 의료기관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규근무시간 동안에는 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며 다음날 정규 근무시간 전까지는 당직기관이 아닐지라도 마치 경찰서나 소방서와 같이 긴급 대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는 업무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휴게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본인이 일한 시간만큼 초과근무도 인정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섬에서 근무하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연, 병가 사용의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수행함에도 지침에 의거하여 받는 수당이 불합리한 이유를 근거로 거부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공중보건의사의 정당한 처우를 위해, 전술한 각 사안별로 개별적 민원 대응 및 법적 대응[
4]이 있었으나 공중보건의사의 고립된 업무환경의 특성상 개선요구가 쉽지 않거나 조치가 이루어 진다 하더라도 일시적 해소에 그치는 등의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본 협의회에서는 2022년 도서지역 공중보건의사(비연륙도) 93명 명단을 확보하여 웹 설문조사를 통해 비연륙도 공중보건의사의 권익향상을 위한 근무실태조사를 시행하였고 중도이탈자를 제외한 총 52명(56%)이 모든 문항에 응답하여 최종분석에 포함되었다. 대조군으로는 육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 130명의 응답을 확보하여 초과근무시간 및 연/병가 공가 및 대체휴무 등에 대한 비교를 시행하였다.
요약 및 고찰
공중보건의사제도는 1979년 처음 시행된 이래,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의 주민 등에게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필요성 때문에 유지되고 있으나 다른 국가에서는 유사한 제도를 찾아보기 힘들어, 제도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비교집단을 설정하거나 선례를 제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도가 시작된 이래로 공중보건의사 배치에 대하여 다양한 연구와 정책 제언이 있어왔지만, 섬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보건복지부도 도서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운영실태 확인이나 조사 등은 거의 수행하지 않아 본 협의회에서 직접 설문조사를 통해 비연륙도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근무환경실태조사를 시행하였고 불합리한 처우를 확인하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하였다.
비연륙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는 전체 공중보건의 1732명 중 93명으로 5.37%를 차지하고 있으며, 근무연차는 1년차 공중보건의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Table 1>. 이는 비연륙도에서 일 년 이상 근무한 공중보건의사는 타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공중보건의사 운영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들이 비연륙도에서 일 년간 근무한 이후 이듬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연륙도 공중보건의는 대부분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일반의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중보건의사로 매해 섬의 의료기관이 메워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의 섬 3,382개 가운데 유인도는 464개로 확인되며 그 중에서도 공중보건의사가 배치된 섬은 46개에 불과하다. 비연륙도 보건의료기관의 운영 목적이나 공중보건의사의 배치기준, 보건의료기관의 운영 평가 등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존재하지 않아 각 비연륙도에서의 진료 양상은 상이한 것으로 보이나, 대부분의 비연륙도 보건의료기관은 간호 인력, 진료보조 인력 및 진료 시설이 매우 미비하고 그 진료 범위에 제한이 큰 경우가 많다.
비연륙도 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은 그 외 지역에 비하여 연가, 병가 및 학회 공가 사용제한을 상대적으로 많은 빈도로 경험하며, 특히 병가 제한 경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 2). 연가 제한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으나 비연륙도 지역 공중보건의사들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비율로 연가 제한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비연륙도 22.0 % vs 그 외 지역 10.8 %, χ
2=3.808, p=.051). 다만 조사 대상의 수를 늘려 세부적인 조사를 시행했을 때 차이를 확인할 여지가 남아 있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협의회는 개별적 인터뷰를 통해 비연륙도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이 교대 근무하는 근무자가 육지로 나가있을 때는 본인의 연가 및 병가를 실질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의과 공중보건의사 정원이 2명인 비연륙도 근무지역은 특정 요일만 연, 병가 사용이 가능하였다. 이는 근무 환경상 현실적으로 연가 및 병가의 사용은 교대 근무자가 섬에 함께 있는 시기만 가능하며, 설문조사 결과 또한 자유로운 연가, 병가 사용에 제약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동일 근무지 내 타 직군 공중보건의사 및 공무원과 근무 환경 차이로 발생되는 박탈감은 많은 이들이(46.2%) 느끼고 있었으며(
표 3), 이는 응급상황 발생 대응 및 야간/휴일 진료 등으로 의과 공중보건의에게 의무적으로 지워진 근무조건과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적절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Figure 4>. 동일 근무지 직원들 중 의과 공중보건의를 보조할 수 있는 간호직 공무원은 섬에서 상주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규시간 외에는 대부분의 비연륙도 의료기관에서 의과 공중보건의가 접수, 진료 및 처방, 응급처치에서부터 수납, 응급상황 발생 시 응급지원 요청 등까지 모든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타 직군(치과, 한의과)의 경우 연가 및 병가 시 해당 직군의 진료 휴무가 가능하였으나, 의과의 경우 휴무 시에 대직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울러 의과 공중보건의사의 경우에만 관외지역 출타 시 해당 군 보건소장에게 승인이 의무화 되고 있다.
비연륙도 지역에서 정규근무 이외 추가로 야간 당직을 수행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경우 응급상황 발생 등으로 평시 대비 긴장도가 높거나, 매우 높다고 응답한 이들이 많았고(45.7%) 응급의료와 관련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의료인력 지원 및 의료기관 대응 핫라인 확충, 대처법 및 직무교육 개설, 행정인력 지원 및 ARS 시스템 마련, 자체 이송 응급차량 지원, 추가수당 지원 순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앞서 조사된 내용<
Figure 1>과 연관하여 해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비연륙도 공중보건의가 1년차로 이루어져 있고(96.2%) 일반의 및 인턴의가 많은 비율(69.2%)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들은 비교적 임상경험이 적기에 응급상황을 마주할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한 긴장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근무 기관별로 응급상황 발생 시 자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은 유효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어, 공중보건의들은 ‘각자도생’의 마음으로 각 지역의 응급의료를 떠맡고 있다.
특히 야간 및 주말 중 응급상황 발생 시 섬 내에서 이송을 담당할 응급차가 없거나, 배차가 어려워 지연되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지원 및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문조사에서 다수 확인되었고, 소방대원 중 구조대원이 없는 지역도 있어 응급처치 및 CPR 시행 시 공중보건의사 혼자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여 의사 이외에 응급 진료시 대기인력이 필요함이 언급되었다.
대처법 및 응급의료 관련 직무교육 개설에 대한 요구는 서제현 등(2011)의 선행 연구에서도 언급되었는데[
6]
1), 응답자 다수가 특별한 응급처치 교육이 없었다고 응답하였다. 정백근 등(2020)의 연구에서도 핵심 직무중 하나로 응급진료를 인정[
7]
2)하여 특화된 직무교육이 실시될 필요가 있고[
8]
3), 기능 확대형 보건지소를 포함한 모든 연륙되지 않은 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를 대상으로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교육자료 개발 및 주관이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본 실태조사에서도 해당 부분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음을 확인하였으며 야간당직과 초과근무 등으로 응급환자를 대응하는 비연륙도 의과 공중보건의사에게 응급의료에 특화된 진료지침이나 응급환자이송에 대한 체계에 대한 공식 지침을 마련하여 배포하는 것이 필요함을 재확인하였다.
비연륙도 지역에 배치된 공중보건의사는 공중보건의사 운영지침 상 야간 및 주말에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수행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근무지 이탈금지지역으로 지정하였기에 상시 근무체계가 요구된다. 비연륙도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의 경우 배치되는 의과 공중보건의사 수에 따라 초과근무 시간과 당직근무일이 상이하였다. 대부분의 근무지는 2명의 공중보건의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일부 3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곳도 있었다<
Figure 1>. 의과 공중보건의사 정원이 2명인 곳에서는 2주 기준으로, 10일 주간근무와 7일 야간 근무(당직 포함), 4일의 휴무일로 근무를 섰으며 대부분의 공중보건의사는 2-3일의 주간 근무일에 연차를 사용하여 6-7일의 휴무일를 만들어 귀향하는 형태로 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정원이 3명 이상인 곳에서는 주간근무, 야간당직, 휴무일를 정원에 따라 분배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정규근무 이외 근무시간에 수행하는 업무들은 정규 근무 시 근무내용과 비슷하거나, 야간의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 등으로 강도가 높았다.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평시 업무 대비 긴장도가 ‘매우 높다’ 또는 ‘높다’고 응답한 경우가 21명(45.7%)이었고 응급빈도의 경우 2명이 근무하는 비연륙도 근무지역에서 다소 비율이 높았다[
Appendix]. 설문조사를 통해 개인별로 조사한 초과근무 시간(214.8시간) 대비 지급 수당으로 역산한 인정 초과근무 시간(21.3시간)은 현격한 차이가 있었고, 당직비를 일부 인정받은 근무지도 10곳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자체별로 통상적인 초과근무시간 인정 상한선을 정해놓거나 야간 당직 시 환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초과근무를 인정하는 등 일관된 기준이 없고, 당직 근무의 경우에도 실제 인정되는 상한선이 있어 실제 당직 근무일만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동일한 근무를 함에도 근무지 또는 지자체별로 지급하고 있는 수당과 대체휴무일 정도에 다소 차이가 나기도 하였다. 다만, 수당 지급의 경우 해당 조사기간 전월인 2022년 7월 기준으로 조사하였기에, 월별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지자체별로 수당 지급이 일부 소급 처리되는 등의 이유로 그 액수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통상적인 공무원의 경우 정규근무시간을 제외한 초과근무(18:00~22:00) 및 당직근무(22:00~06:00)와 휴일근무에 대한 보상적 성격으로 초과근무수당, 당직수당, 대체휴무 등이 일괄 지급되고 있다. 또, 소방관, 경찰 등 상시근무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거나,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도 정상근무를 해야하는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의 경우 현업공무원으로서 그 근무 형태 및 시간에 따른 보상을 다른 직역에 비해서 충분히 받는 경향이 있다. 공중보건의사의 경우 그 직무의 성격상 비연륙도 의료기관은 상시근무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토요일 또는 공휴일에도 정상근무를 하고 있으므로 현업기관으로 지정하여야 하며[
9]
4) 휴일근무수당 및 야간근무수당을 보장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10]
5). 그러나 본 협의회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등 이해당사자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비연륙도 보건의료기관에서의 그 적용에 매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관련 업무의 적극적인 수행에도 불구하고 비연륙도 의료기관은 그에 대한 보상에서 배제되어온 것이 확인되었다. 대부분의 비연륙도는 지역 내 유일한 의료기관으로서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고 양성 확인이 된 환자들에게 약물을 처방한다. 그러나 신속항원 검사기관으로 인정된 곳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당 환자들은 확진 판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PCR 검사를 시행해 육지로 보내야 하는 한계가 있고, 이에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은 통상적인 감기 증상에 대해 처방된 약으로 행정처리가 되고 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이처럼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검사 시스템에 따른 제한으로 인해 관련 업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되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위험을 실제로는 부담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발생 시 비연륙도 보건의료기관은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수행해 내야 한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들에 대해 공중보건의사들의 역할은 점차 부각되고 있으며,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에서도 그 노력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는 별개로 비연륙도와 그 외 지역의 공중보건의사 사이에서 보상 차이는 비연륙도 공중보건의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 관련 업무(역학조사, 예방접종, 검체채취 등)를 상시 수행하는 공중보건의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여 이들의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별 전문성과는 별개로 임상경험이 비교적 적은 의료인력이, 의료자원이 부족한 곳으로 매년 새롭게 배치되는 것은 도서 지역 의료의 연속성과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연륙도 지역의 인구감소와 함께 공중보건의사 숫자가 감소 추세에 있는 상황에서 현행 도서 지역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는 도서 지역 의료체계와 전반적인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살펴보고 한정된 의료자원들의 효율적 배치를 위한 정책적 개선이 요구된다. 연속성이 결여된 제도를 통해 공중보건의사에게 비연륙도를 포함한 도서 지역 의료를 모두 책임지도록 하는 것보다는 도서 지역에 특화된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민간의료기관과의 협력방안 등 중장기적 고민과 의료취약지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인력들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도서 지역 주민들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건설적이고 발전된 방향일 것이다.
비연륙도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의 처우개선 문제는 이중 가장 시급한 문제로 확인된다. 우선적으로 연가, 병가 사용의 제한과 같은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 지자체에 협조 요청이 필요하며, 근무지 이탈금지 명령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제도의 폐지 및 근무 일정의 유연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의료공백의 최소화를 내세워 지자체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인권침해가 도서 지역 의료에 대한 깊은 숙고 끝에 용인되고 있는 부적절한 관행인지, 혹은 단순히 민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인력을 무책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제도 안에서 근무 일정의 유연화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확보가 가장 먼저 요구된다. 의료인 개인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고 정규근무, 야간근무 및 당직근무 등이 적절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의료인력이 비연륙도 내에 배치되어야 하며, 근무지의 진료 및 보건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곳들을 통폐합하여 기능확장형 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기능확장형 보건의료기관의 경우 공중보건의사의 처우개선뿐 아니라, 보건지소의 역할을 확대하여 실질적으로 섬 주민들의 건강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행제도 내 비연륙도 보건의료기관에서는 단순 감기, 경증 고혈압 등 경증 질환의 진단 및 치료 외에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복합질환이 의심되는 섬 주민들은 보건지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육지로 가서, 육지에서도 다시 수 시간 동안 대중교통을 타고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기능확장형 보건의료기관의 구성을 통해 섬 내에서 이러한 복합질환의 진료를 가능하도록 할 경우, 섬 주민들의 수고를 상당히 줄이고 진단 지연 및 치료 순응도 개선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증진에 적극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각 지자체에서 응급환자를 위한 시스템과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환자 발생시 근무 중인 공중보건의사가 해결할 수 있는 질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해결이 어려워 보건지소를 경유하여 특별한 처치 없이 육지로 이송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근무지를 경유하는 행위 자체가 응급의료전달체계 상 응급환자 이송 지연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골든타임이 중요하다거나, 명백히 근무지에서 처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특정 증상 군의 경우 근무지를 경유하지 않고 바로 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비연륙도에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가 외부의 전문의료인력과 소통하고 의료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상시 시스템을 구축하며, 직무교육 등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의료의 질을 관리해야 한다.
셋째, 당직근무와 초과근무를 서더라도 지자체에서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해당 운영지침을 세분화하고, 이에 할당된 예산을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자체별로 다른 예산 책정과 통일성 없는 지침은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으며, 수많은 민원과 불만사항을 야기해 비연륙도 기피의 큰 이유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연륙도에 공중보건의사가 2년, 3년씩 남아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유인정책이 있어야 한다. 매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되어 바뀌는 의료인력이 아닌 전체 복무 기간인 3년 동안 꾸준히 해당 도서 지역의 주치의로 남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노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보다 능동적인 진료가 가능한 환경을 마련하여 공중보건의사의 자발적 지원이 가능한 상황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설문 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 많은 수의 비연륙도 근무 공중보건의사들이 자신을 ‘1년짜리 소모품’으로 느끼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보다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비연륙도의 의료환경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도입된 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서의 방역 대응에 가장 먼저 두각을 보였듯, 공중보건의사는 대한민국의 필수의료 및 공공의료 체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의 숫자가 감소 추세에 있음을 감안하면 비연륙도 지역에 배치된 의과 공중보건의사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의료인력이다. 보다 효율적인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운영을 위해 해당 인력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함께 운영방식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