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이 해야 할 재택의료 -전환기 치료(transitional care)에 중점을 둬야
Home-based Medical Care of Hospital - Transitional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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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의료의 필요 증가
사회적으로 재택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2023년 28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재택의료센터를 2027년까지 시군구당 1개소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시점 재택의료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첫 번째,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 시대 쇠약한 노인의 증가이다. 우리나라는 2022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넘었고, 202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으나 거동이 어려워 의료기관에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이미 혼자 힘으로 집을 떠나기 어려운 칩거 노인이 200만 명에 달하며, 의료 필요가 크지만 제 때 치료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칩거 노인의 규모가 공식적으로 조사된 적은 없으나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의료기관에 방문하기 어려운 아픈 노인 역시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는 의료비용의 증가이다. 2021년 건강보험 진료비는 95조 4376억에 달했으며 그 중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41조 3829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3.4%를 차지했다. 2017년과 비교했을 때 1.5배 증가한 수치이다.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복잡한 의료적 문제를 가지고 쇠약한 상태로 살아가는 노인 환자가 증가하며 의료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쇠약한 환자들은 병원, 집, 요양병원 등 여러 곳을 오가며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돌봄 장소가 변할 때 치료의 연속성 (continnum of care)을 유지하는 것이 상태 악화를 막는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분절화 된 의료체계는 이 환자들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사회 전체의 의료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세 번째는 국내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현상으로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여 지내는 노인의 증가이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된 이후 요양시설은 2008년 1,332개에서 2021년 4,057개로 크게 늘었고 의료법에 의해 설치되는 의료기관인 요양병원도 2008년 690개에서 2021년 1,464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요양병원에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노인도 있지만 일부는 의학적으로 입원까지는 필요하지 않지만 집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방법이 없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경우이다. 재택의료의 부족이 불필요한 노인의 시설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재택의료 모델
재택의료 (home-based medical care)란 환자의 집에 의료인이 방문하여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를 통칭하는 말이다. 재택의료가 발전한 미국, 일본 등 해외 국가에서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기간, 대상 환자, 제공자 등에 따라 다양한 재택의료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일차의료 재택의료 모델 (home-based primary care)이다. 일차의료 제공자가 거동이 어려운 만성질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응급실 방문과 병원 입원을 줄이고 환자와 돌봄제공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병원을 기반으로 하는 전환기 치료 (transitional care)는 주로 급성기병원 입원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재택의료 모델이다. 복잡한 의료적 문제를 가진 환자에게 퇴원 준비를 지원하고 퇴원 후 단기간 재가관리를 제공하면 사망률을 낮추고 응급실 방문과 병원 재입원을 줄인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가정 내 병원 (Hospital at home) 모델은 정맥주사, 검체 검사 등 기존에 병원 입원환자에게 제공했던 의료서비스를 환자의 집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병원 대체 모델이다. 입원에 따른 병원 감염 폐렴, 욕창 발생 등을 줄이기 위해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대신 의사 또는 간호사가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 의료비용을 줄이고 환자와 돌봄제공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심부전, 폐렴 등 일부 질환에서 증명되었다. 이외 집에서 지내고 싶은 말기 환자를 위한 가정형 호스피스 (home-based palliative care), 급성 문제가 발생한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는 대신 숙련된 응급구조사가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사회 응급구조사 서비스 (community paramedicine 또는 mobile integrated healthcare) 등 해외에서는 여러 가지 재택의료 모델들이 시도되고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택의료
국민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환자의 집에 방문하는 재택의료가 제도권 내에서 처음 제공된 것은 2016년 시작된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이다. 이후 재택의료의 필요 증가에 따라 2018년 질병이나 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경우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를 직접 방문하여 방문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5가 신설되었다. 이를 근거로 하여 2018년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2019년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중증소아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2022년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수급자에게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직종 담당팀이 방문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 사업이 시작되었다. 2020년 본 사업으로 전환된 가정형 호스피스 외에 현재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4개의 재택의료 서비스는 모두 시범사업이다. 그리고 소아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증소아 재택의료 시범사업 이외 3개 사업은 모두 일차의료 재택의료 모델에 해당한다. 의료기관 중심 의료체계 안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지역사회 중증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사업들이다. 급성기병원에서 퇴원하는 보다 복잡한 의료적 문제를 가진 환자의 악화를 막고 지역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전환기치료는 현재 사업이 부재하다. 쇠약한 노인의 시설화를 줄이고 지역사회 계속 거주 (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택의료의 여러 고리 중 하나가 비어 있는 셈이다.
병원 기반 재택의료 – 전환기 치료 transitional care
전환기 치료란 주로 급성기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재택의료 모델로, 복잡한 의료적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의료기관, 집, 요양시설을 오가는 동안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나라마다, 프로그램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서비스 패키지로 구성된다. 1. 복잡한 의료적, 사회적 문제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2. 퇴원 전에 환자에게 맞는 퇴원계획을 수립하고, 3. 가족 등 돌봄제공자에게 집에서 환자를 돌보는데 필요한 것들을 교육하고, 4. 퇴원 후 1달 이내 기간에 방문진료 포함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환자를 진료하며 단기 합병증 발생을 관리하고, 5. 환자의 의료적 필요에 따라 적절한 지역사회 재택의료기관에 연계하는 것이다.
복잡한 의학적 문제를 가진 환자, 특히 노인 환자는 입원 전과 다른 상태로 퇴원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전에는 혼자 일상생활을 했던 환자가 항암 치료 후 기력이 쇠해져 혼자 생활이 어려워지거나, 루게릭병, 파킨슨병, 호흡기질환 등을 가진 환자가 새로 가정용 인공호흡기 사용하게 되거나 비위관, 위루관 식이를 시작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환자들은 감염에 대한 항생제 투여, 시술, 수술 등 급성기 치료가 종료되어도 바로 이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 이전과 같이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퇴원 후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지, 퇴원 후에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누가,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등이 퇴원 전에 미리 준비되어야 한다. 집에서 인공호흡기는 어떻게 관리할지, 거동이 어려운 환자의 비위관은 어떻게 교체할지 등을 미리 결정하고, 준비하고, 교육해야 하는 것이다. 퇴원 준비와 퇴원 후 관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응급실에 방문하거나 재입원을 할 위험이 높고, 이러한 예정되지 않은 의료이용은 의료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환자의 건강 결과도 나쁘게 한다. 또한 적절한 퇴원 준비의 부재는 환자가 급성기 치료를 마친 후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양병원으로 전원하여 장기 입원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환자가 집에서 지내기 희망하고, 가족이 집에서 돌보기 희망해도 집에서 돌볼 방법을 배울 곳이 없고, 집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집에서 지내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집에서 지낼 수 있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의료비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더불어 집에서 지내고 싶은 환자와 가족의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이 침해되는 것은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미국,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은 퇴원관리에 별도의 수가를 부여하여 병원 기반 전환기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다직종 팀이 입원 중 변화한 환자 상태에 맞게 퇴원 계획을 수립하여 재가돌봄 방법을 교육하고, 퇴원 후 단기간 가정 방문과 비대면 진료를 통해 퇴원 후 새로 발생한 문제는 없는지, 약 복용은 잘 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거동이 어려운 환자는 지역사회 재택의료기관에 연계하여 입원병원의 의료진과 지역사회 재택의료기관의 의료진이 협진하여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연속적으로 제공되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전환기 치료를 통한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조정과 관리는 응급실 방문과 재입원을 줄여 궁극적으로 의료비용을 줄이고 환자의 치료 결과를 좋게 한다. 쇠약한 노인이 증가하고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도입이 시급한 이유이다.
상급종합병원이 해야 할 재택의료
고령화 시대,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증가하는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재택의료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어떤 재택의료가 필요하고, 재택의료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재택의료라고 하면 일차의원 중심의 일차의료 재택의료 모델을 의미했다. 재택의료를 통해 일차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병원 단위에서도 재택의료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이 퇴원 후 금방 다시 나빠져서 응급실에 방문하지 않을 수 있게, 기존에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환기 치료가 바로 그것이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 입원 전과 달라진 상태에 맞게 퇴원계획을 세우고 환자를 집에서 돌볼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면 더 많은 환자가 집으로 퇴원할 수 있다. 새로 의료기기를 사용하게 된 환자, 여러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는 퇴원 후에도 단기간 상태를 점검하며 집에서 잘 지낼 수 있게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를 지역사회 재택의료기관에 연계함으로써 병원의 전환기 치료와 의원의 일차의료 재택의료 모델은 서로 이어지고, 재택의료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전환기 치료 외에 재택의료 영역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은 하나 더 있다. 다양한 재택의료기관에서 일할 재택의료 의료인의 양성이다. 재택의료는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최근에 대두된 의료영역이다. 많은 의료인이 재택의료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느낀다. 재택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재택의료를 제공할 의료인이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은 모두 전공의 수련을 제공하고 있는 수련병원이기도 하다. 재택의료의 필요가 커지는 시점 예비의료인과 의료인에게 재택의료를 교육하고 수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수련병원의 고유 역할이자 필수적인 역할이다. 재택의료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생 때부터 재택의료를 교육하고 수련과정에서 전환기 치료와 일차의료 재택의료를 포괄하는 재택의료를 경험하도록 해야 한다. 재택의료에 관심 있는 기존 의료인이 재택의료를 배우고 제공할 수 있도록 재택의료 보수교육, 연수교육도 필요하다. 교육을 고유 기능으로 가지는 상급종합병원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해야 할 일들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일차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은 서로 다른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재택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여러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모두 각자의 기능과 역할에 맞게 재택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나라 재택의료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 재택의료센터의 확대와 더불어 환자들에게 전환기 치료를 제공하고 재택의료 의료인을 양성할 수 있는 병원 기반 재택의료지원센터를 지정하고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