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하여,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호주, 일본의 일차의료 추진 정책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에서 포괄적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미국 메디케어 포괄적 일차의료 시범사업
미국은 2010년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으로 환자의 건강결과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위해 일차의료 역할을 강조하였으며, 다양한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시행된 포괄적 일차의료 시범사업(Comprehensive Primary Care Initiative, 이하 CPCi)을 통해 포괄적 환자관리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능으로 접근성 및 지속성, 만성질환 및 예방서비스를 위한 팀 기반의 계획된 진료, 위험도에 따른 의료서비스, 환자와 보호자의 참여, 조정성을 제시하였다.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이하 CMS)는 일차의료의 질 측정과 환자관리에 대한 보상기전을 강화하고 참여기관을 대폭 확대하고자 CPCi에 이어 포괄적 일차의료 향상사업(Comprehensive Primary Care Plus, 이하 CPC+)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하였다. CPC+의 5가지 핵심 기능은 1) 접근성과 지속성 강화를 위한 진료시간 확대와 비대면 진료 강화, 2) 위험계층화를 통한 효과적인 고위험 환자관리, 3) 포괄적 의료서비스 도입과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체계적인 진료조정, 4) 적극적인 환자 참여 유도, 5) 팀기반 진료를 통한 환자 맞춤 진료이다.
최근 혁신적 지불제도를 통해 가치와 질에 보상하는 5년 단위 대체지불모형으로 일차의료 퍼스트(Primary Care First, PCF)를 복합만성질환 및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발전된 일차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시행 중이다.
이 외에도 CMS에서 메디케어 대상자를 기준으로 2013년부터 전환기관리(Transitional Care Management, 이하 TCM), 2015년부터 만성질환 관리서비스(Chronic Care Management services, 이하 CCM)를 시행하고 있는데, TCM은 퇴원 후 지역사회 복귀 예정인 환자를 대상으로 가정복귀와 추가적 관리 조정의 기능을 한다. 주요 서비스로는 퇴원 2일 내 환자 및 보호자와 연락, 퇴원 정보, 환자 의료 수요 리뷰, 환자 및 가족, 돌봄 제공자에 대한 교육, 의뢰 및 지역 자원 연계, 커뮤니티 후속 조치 및 서비스 계획 지원 등이 있다. CCM은 2개 이상 만성질환 보유자를 대상으로 포괄적인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환자정보를 공유, 조정함으로써 환자 및 진료팀 간 관계형성 및 건강목표 달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건강정보에 대한 24시간 접근성을 보장한다.
CCM의 주요 업무 흐름은 초기방문, 대상여부 확인, 참여와 본인부담에 대한 환자 동의, 포괄적 케어플랜 마련, 지속적 치료로 이뤄지며, 대상자는 만성질환의 지속적 관리를 위해 매월 20분 이상의 CCM를 지정된 제공자로부터 메일, 전화 등 활용한 비대면 상담서비스를 받게 된다. 포괄적 케어플랜에는 건강문제 목록, 기대 결과 및 예후, 측정 가능한 치료 목표, 인지 및 기능평가, 증상관리, 계획된 개입, 약물 관리, 환경 평가, 간병인 평가, 서비스제공자 및 자원 연계, 정기적 리뷰, 케어플랜 수정 등이 포함된다.
연간 웰니스 방문검사(Annual Wellness Visit, AWV)는 건강위험평가를 포함하고 있으며, 개인건강 행태를 평가하기 위해 최초 진료 이후 사업 참여 동의를 얻은 환자에 대하여 진행하고 환자의 연령별 설문 문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질환별 특화질문이 아닌 개인 건강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위해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동일하게 진행된다. 포괄평가는 매년 추적조사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추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질문의 중복, 변화가 거의 없는 항목을 제한하여 재평가 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7].
호주 Health Care Homes과 Primary Health Networks
호주는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효율적인 만성질환관리를 위해 팀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Health Care Homes와 가정의의 서비스 조정 통합 역할을 강화한 Primary Health Network 등 일차의료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일차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1992년 Divisions of General Practice를 설립하였으며, 2011년 서비스 기능 강화를 위해 Divisions of General Practice를 Medicare Locals로 개편하고, 이후 2015년 전체 의료전달체계 내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에 대한 일차의료의 조정통합 역할을 강화하고 건강결과 제고를 위해 Medicare Locals를 다시 Primary Health Network 31개로 개편하였다. Primary Health Network은 환자들이 적절한 시간과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8].
Health Care Homes는 기존 일반의와 Aboriginal Community Controlled Health Service (ACCHS)를 통해 제공되던 통합적이고 환자 중심적인 케어를 확장하여 복합만성질환자에게 포괄적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 시범사업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시행되었다. Health Care Homes은 환자치료경험 향상, 건강결과 및 인구관리 개선, 의료분야의 비용 효율성 및 지속 가능성 향상, 의료서비스 제공자 경험 향상을 목표로 하며, 지속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조정할 수 있는 팀을 구성하고, 환자와 함께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치료 계획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즉, Health Care Homes은 환자중심의 의료시스템을 중심으로 대상자의 만성질환을 관리하기 위한 기반을 제공하며, 환자의 요구와 목표에 대해 조정된(coordinated) 팀 기반 의료를 제공한다[
9].
호주는 포괄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98년 7월부터 성과지불제도인 Practice Incentive Program(PIP)을 시행하고 있다. PIP는 일반의에게 기존 행위별 수가제로 지불하기 어려운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행위별수가와 별도로 제공한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의료의 질, 자원, 지역사회 지원 3가지 영역에서 10가지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10].
일본 주치의 기능 강화를 위한 지역포괄진료료 도입
일본은 일차의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제도, 의료 인력 및 교육, 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 서비스 연계 등 다각도에서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병원이나 의원이 단골의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대형병원은 전문적인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가 항목을 개정하고 환자 상담, 교육에도 수가를 책정할 수 있도록 개편하였다[
11].
일본 후생노동성의 2016년 수가 개정 핵심 내용은 외래의 기능 분화로 진료소는 단골의사 기능 역할을, 대형병원은 전문적인 진료를 하면서 유기적인 상호 연계를 목적으로 하였다[
12]. 일본은 주치의 기능을 가진 중소병원 및 진료소에서 복수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한 관리 평가를 위해 지역포괄진료료를 도입하였는데, 대상환자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치매, 만성심부전, 만성콩팥병 중 2개 이상(의심 제외) 질병을 가진 환자이며, 환자가 진찰받고 있는 의료기관을 모두 파악함과 동시에 당해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는 의약품을 모두 관리하여 진료기록 등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진료소 또는 200병상 미만 병원이 대상이며, 왕진 또는 방문 진료 제공 및 24시간 대응체제 구비(24시간 대응 가능한 연락처 제공 및 왕진, 외래 진찰 등 신속 대응), 24시간 대응가능 제휴 약국을 확보한 의료기관이 대상이다. 해당 병원의 담당의는 만성질환의 지도에 관한 적절한 연수를 수료한 의사로 하고, 담당의에 의해 지도 및 진료를 행한 경우에 당해 진료료를 산정할 수 있다.
한국의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과제
앞에서 살펴본 미국, 호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인구고령화, 만성질환, 감염병 팬데믹 유행 등과 같은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강화가 필수적이며, 특히 다학제팀을 기반으로 일차의료 핵심속성인 지속성, 포괄성, 조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의사 1인 단독 개원 중심의 1차의료기관 진료가 주를 이루는 한국에서 환자중심의 포괄적 의료제공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학제적 접근이 가능한 일차의료 모형 개발과 정책적 지원, 그리고 이러한 일차의료 변화를 뒷받침하는 관련 전문인력 양성, 의료정보 공유, 성과기반 지불보상제도 도입과 확대 등과 같은 관련 인프라와 함께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제공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다양한 보건의료 인력이 포함된 다학제 일차의료팀 구성을 통해 기존 의사 1인 중심의 제한적인 일차의료의 역할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최근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코로나19 유행 시기 1차의료기관의 재택치료 참여,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재가의료급여시범사업에 양질의 일차의료 제공 기능을 수행하는 동네의원들이 참여하여 일차의료의 역할과 가치가 재조명되고 되고 있고, 의료현장 및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일차의료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축적되고 있다. 향후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보다 확대된 정책과 지원을 통해 일차의료가 환자중심의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 구축에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