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형 응급실: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의 새로운 운영모델
Freestanding emergency department: An Emerging Emergency Department Model for Rural and Remote a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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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체계란 ‘일정 지리적 한계 내에서 최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모든 요소(시설, 인력, 장비)를 조직화한 체계’로 응급 환자 발생부터 치료까지 환자에게 신속한 현장 처치와 이송, 병원 내 진료, 재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1]. 응급의료는 그 특성상 심근경색 및 뇌졸중과 같은 시간 민감성 질환을 다루는 경우가 많으며 초기 안정화, 소생술, 환자 분류 등을 제공하므로 응급의료체계에서 접근성 제한 해소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때 접근성(accessibility)이란 물리적 환경, 교통, 정보 및 시설 등을 이용하는 것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하며 시간 민감성 질환에서 지리적 접근성(geographic accessibility)은 이동 시간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2]. 실제로 한 국내 연구에서 13개 응급의료 민감질환을 대상으로 병원까지 이동시간을 독립변수로 퇴원 후 30일 사망을 결과변수로 분석한 결과 병원까지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의 거주자들의 30일 중증도 보정 사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이러한 실증적 근거하에 보건복지부에서 2017년 발표한 「제3차 응급의료기본계획(2018~2022)」은 전국 어디서나 30분 내 응급의료 서비스 수혜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정책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본고에서는 「제3차 응급의료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응급의료 접근성 제한 해소를 위한 응급의료 취약지 정책의 내용과 한계를 살펴보고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의 새로운 운영모델로서 독립응급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응급의료 취약지
현행 의료취약지 지정 및 지원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근거하여 수행된다. 응급의료 취약지 지정기준은 2017년 기존 군 지역 및 인구 15만 미만의 도농복합시에서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권역 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지역 내 30% 이상인 지역으로 변경되었으며 2022년 기준 94개 시군이 지정되어있다<표 1>. 현행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의 상당수는 인구가 적어 입원실과 수술실을 갖춘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따라서 지역응급의료센터 혹은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접근성 제한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응급의료분야 취약지 지원정책
응급의료분야 취약지에 대한 지원정책은 다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취약지에 위치한 응급의료기관에 재정, 인력을 지원해 부족할 수 있는 진료기능을 보충하며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의 지속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정과 평가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응급의료분야 취약지의 응급의료기관은 2014년부터 응급의료기금을 통해 매년 2~4억원의 운영비 지원과 공중보건의사 배정 및 간호사 파견 사업을 통한 인력 지원을 받으며 응급의료기관 지정 및 평가 기준에 대해 내원환자 수 10,000명 기준으로 일부 시설·인력 기준에 대하여 50% 감산을 적용 받는다. 그러나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에서 담당할 질환, 치료에 대한 목표가 없어 적절한 인력, 장비 기준 부재하다는 지적이 있으며 감산된 응급의료기관 법정기준은 응급의료 취약지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오히려 응급환자 분류, 이송기관 선정, 전원을 신속하게 수행할 인력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직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의 존속 만을 위한 정책이 수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응급의료체계는 단지 응급실에 국한된 것이 아닌 부상 및 질병의 예방, 이송, 지역사회 기반 최종 치료를 포함하는 조직화된 시스템이므로 응급의료체계의 관점에서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모델이 필요하다.
독립 응급실
독립응급실(freestanding emergency department, FSED)는 미국에서 운영 중인 응급실의 한 형태이다. 독립응급실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으나 배후 병원과 연계된 위성형 독립 응급실(satellite FSED)와 배후 병원과 연계가 없는 자율형 독립 응급실(autonomous FSED)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나 운영 방식과 기능이 응급진료소(urgent care clinic)과 구분된다. 미국 응급의학회는 독립응급실을 EMTALA의 규제를 받으며 휴일없이 응급진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규정한다 [4]. 보다 자세하게 독립응급실은 주7일 24시간 운영되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중증응급환자에게 전문심장 소생술 및 소아전문소생술을 제공할 수 있으나 응급진료소는 정규시간 동안 운영되며 전문소생술이 필요한 환자는 수용할 수 없다<표 2>. 응급질환의 경우에도 응급진료소는 단순열상과 간단한 혈액검사만 가능하나 독립응급실은 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흉통환자에게 신속한 진단 후 배후병원으로 지체없는 이송과 입원이 가능하다<표 3> [5].
미국에서 독립응급실이 도입된 배경은 다양하나 그 중 하나는 인구가 적은 지역 혹은 병원이 먼 지역의 응급의료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미국 연방정부는 2004년 위성형 독립응급실에 대해 메디케어 지불을 허용하였으며 2015년 농촌지역의 응급의료수요에 대응하여 지원하던 Critical access hospital을 독립응급실로 전환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승인하였다 [6]. 미국 연방정부의 독립응급실에 대한 지원정책의 결과 2017년 기준 미국에서 운영 중인 응급실의 약 12%가 독립응급실일 정도로 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7].
취약지 중증응급질환 최종치료 네트워크
취약지는 최종지료가 가능한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우며 취약지에서 발생한 중증응급질환은 지리적 접근성과 치료 역량을 만족하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8]. 독립응급실은 최종치료역량을 배후병원에 위탁하면서 초기 안정화, 전문소생술, 진단, 이송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취약지 응급의료기관 운영모델의 하나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일정 지역 내에 병원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지역화(regionalization)으로 불리며 ‘지역 (내) 완결’과는 달리 병원 간 환자의 의뢰와 회송이 권장된다 [8]. 취약지의 응급의료 접근성 제한 해소를 위해 독립응급실은 중증응급진료 최종치료 네트워크의 일부로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 응급의학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8].
1. 최종치료병원과 취약지 응급의료기관 간 의뢰, 협진, 이송, 회송을 포함한 질환 별 프로토콜
2. 원격 영상 판독 서비스, 원격 협진, 진료정보교류 등(health information exchange) 등 물리적 거리를 극복한 협진 수단
3. 네트워크 참여에 대한 재정적, 비재정적 인센티브
독립응급실은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 투입을 통해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을 지원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독립응급실은 배후병원을 필요로 하므로 포함된 응급의료 최종치료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나라 응급의료에 부족한 점으로 꼽혀왔던 지역화된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주관기관으로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23~’27)」 수립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 연구에서 취약지 응급의료기관 운영모델의 하나로 독립응급실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독립응급실이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법적 조건이 해결되어야 한다. 「응급의료법」에 규정된 응급의료기관은 시설, 인력, 장비, 치료 역량에 따라 권역응급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분류된다. 독립응급실은 현행 응급의료기관 분류에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별도의 지정 기준 혹은 응급의료기관 분류 기준 전체의 개정이 필요하다.
Notes
Funding
This study was supported by a grant from the National Medical Center, Korea (grant number: NMC2022-PR-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