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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공공의학회 20년사 (2000~2020 Years)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모범활동 사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모범활동 사례

대구광역시 수성구보건소 |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모범활동 사례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강연숙 대구광역시 건강증진과 과장 전 대구광역시 수성구보건소 건강증진과 과장

1. 서론

2020년 2월 18일 대구광역시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발표된 뒤 하룻밤 만에 10명의 확진자가 추가되어 국내 최초 집단감염 사례가 의심되었다. 당시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역학적 전파 방법이 비말 감염인지 에어로졸 감염인지도 모를 정도로 긴박한 상황 속에서 공중보건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했다.

2월 19일 대구광역시청 10층에 코로나19 대책본부가 설치되었고 초기 주요 목표는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었다. 최고 우선순위는 집단감염 근원지인 신천지 관련 유증상자 및 무증상자를 중심으로 방역 관점에서의 봉쇄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었다. 선별 진료 후 확진자들을 격리 치료할 수 있는 상급병원 음압 병실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또 다른 중요한 과제였다.

초기 신천지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및 확산 시기에는 바이러스의 생활사와 임상 증상, 검사방법, 방역방법, 방호복의 레벨 및 구성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방역에 참여하는 인력구성, 방역물품조달, 검체채취 후 확진자 후송 등 모두가 처음 겪는 상태에서 짧은 시간 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으므로 할 일이 무척 많았다.

단적인 예로, 초창기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속도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때 방역 최전선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에게 제공할 Level D 방호복도 부족했고, 올바른 착용법에 대한 교육 역시 미흡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도 민간분야와 공공분야의 협조체계를 통해 대구 및 경북지역 밖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을 초기에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방역체계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좋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대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빠르게 관리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서 공중보건의사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공중보건의사 제도는 1978년 ‘국민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됨으로써 시작됐고 1980년 ‘농어촌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의료취약 지역에 배치되어 일차 의료를 책임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국가 공중보건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긴급 투입되어 방역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선별 진료를 담당할 의사를 우리나라처럼 신속하게 구하지 못해 초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우리는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하여 보건소 간호사, 임상병리사 및 기타 인력, 자원봉사 의료진 등과의 공조를 통해 대구 발생 코로나19 사태를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다.

2월 20일 대구시에 1차 파견된 공중보건의사들을 시작으로 4월 12일까지 많은 공중보건의사들이 자원해서 국가적 방역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사태 초반에는 간호사·운전기사 그리고 행정지원 공무원들과 함께 유증상자의 자택까지 직접 방문하며 아침·저녁으로 본인의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선별진료를 한 것은 수범사례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2. 코로나19 대응 수범사례

1) 자택방문 검체채취 최소화 및 효율적인 선별진료소 운영

• 불분명한 전파경로 속에서 의료진 및 행정지원 인력의 감염 위험성 노출을 최소화하였다.

• 자택방문 검체채취를 위해 1대의 차량에 최소 공중보건의사 1인, 간호사 1인, 폐기물처리담당 1인, 운전사 1인으로 총 4인의 인원이 탑승해도 하루 최대 10건 미만의 검체 만을 채취할 뿐이라 매우 비효율적이었고, 방문 검체 시 인근 주민이 느끼는 심리적 공포감과 이웃 간 불신,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많이 발생하였다. 또한, 경제적 평가를 해보니 자택방문 시 검체채취 한 건 당 17만 원이나 들어 선별진료소 내 검체채취 한 건당 비용인 8만원보다 고비용임이 밝혀져 자택방문 검체채취를 최소화했다.

• 선별진료소에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번아웃을 막고 감염 노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선별진료소당 최소 5인 이상이 1시간 30분 ~ 3시간 간격으로 교대근무를 하도록 했다.

• 24시간 선별진료소를 운영함으로써 초기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신천지 발 유증상자뿐만 아니라 무증상자까지 빠른 시간 안에 봉쇄 방역을 실시할 수 있었다.

2) 음압 컨테이너 시설 도입으로 초기 코로나19 대확산 시기에 부족한 음압 선별진료소 확충

• 초기 집단감염이 폭발적으로 발생했을 때, 음압기가 설치된 텐트가 부족하여 검체채취 시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등 안전상의 문제가 대두되었다.

• 필자는 당시 수성구에 파견 나와 있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 및 당시 선임 공중보건 의사 등의 제안을 받아들여 기존 컨테이너에 음압기를 설치하도록 해 검체채취의 효율성을 높였다.

3) 드라이브스루 선별 진료소 설치 및 효율적 운영

• 선제적 봉쇄 조치로 신천지 관련 유증상자들에 대해 선별 조사를 완료했으나 대구의 신천지 교인 31번과 같이 슈퍼전파자의 접촉 동선이 많아 일반 시민에 대한 코로나19 검사의 필요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 모든 검사를 보건소 앞에 설치된 4개의 음압 선별진료소로는 감당할 수가 없어 교외의 차량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드라이브스루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 대구시 민간영역에서 먼저 도입된 영남대학교병원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칠곡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전국 최초,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는 기록이 있음)를 벤치마킹해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단시간 내 많은 대상자를 검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한 결과 대구스타디움에 총 2개의 컨테이너와 몽골 텐트 등을 구비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게 되었다.

• 차량용 선별진료소에서 채취자 1인당 1시간에 6~10개의 검체를 채취할 수 있게 되어 비교적 감염 위험이 낮은 야외에서 하루에 최대 500건 이상을 채취할 수 있게 되었다. 검체채취에 참여하는 의료진의 탈진을 막기 위해 3시간 간격으로 교대근무를 실시하도록 했다. 해당 사례는 시민의 검체채취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의료진 감염의 위험성을 낮추면서, 업무 효율성을 높인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4) 효율적인 의사 결정 및 빠른 현장 적용

• 대구 수성구보건소가 코로나19 대규모 전파를 조기에 막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현장 의료진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이를 즉시 현장에 적용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드라이브스루 도입, 위치 결정, 의료진들을 위한 쉼터 제공 등 대부분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현장의 의견을 바로바로 적용한 결과였다. 최소 24시간 이내에 현장 의료진의 의견이 수성구 건강증진과장, 보건소장, 부구청장, 구청장까지 전달되었고 수성구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바로 현장에 반영하고, 상급기관인 대구시의 결정이 필요한 부분은 발 빠른 건의를 통해 시행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3. 문제점 및 발전방안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고 한다. 미지의 위험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현장에서 땀 흘리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의료진과 일선 공무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일이다. 수성구보건소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은 현장의 건의가 24시간 이내에 최종결재권자의 승인까지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현안이 발생하면 격식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회의를 진행하고 합의된 내용을 현장에 빠르게 반영한 것이 초기 전염병 창궐을 효율적으로 봉쇄할 수 있었던 비책이었다.

중앙정부는 감염병 발생현장인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검진기준, 추진 방향 등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고, 특정 지역의 일이라 전체 지역으로 확산 적용하기 불가능한 일도 있다. 그러나 결정이 늦어져 생기는 부담은 최일선에서 일하는 보건소 직원들이 감당해야만 한다.

과거 메르스 사태처럼 초기 방역 실패를 누구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귀책한다면 국내 방역체계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메르스 때 방역 최전선에서 일했던 많은 분들이 일선을 떠났기 때문에 코로나19 대응을 할 때 그분들의 소중한 경험을 들을 수 없었다. 당시 해당 업무를 수행했던 분들께 합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메르스 때와는 달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직원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고, 직원들의 업무 과중을 덜어주기 위해 필요인력을 충원함과 함께 감염병 전담부서(과) 신설 등의 장기적 정책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4. 맺음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며, 꾸준히 나아간다면 실패는 없고 성공만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K방역은 감염병 발생현장에서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들을 제안하고 만들어 나간 사례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에 따른 인적·물적·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공공의료체계를 확충해 나간다면 앞으로 어떤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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