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공의료란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1942년 공적 재정에 의한 의료 서비스라는 의미로 영국의사회 보고서에서 처음 발견된다. 20세기 초까지 질병보험의 목적은 몸이 아파 임금을 받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임금 대신으로 받는 수당으로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근로자 가족 또한 이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모여지고, 모든 시민은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의견이 정리되면서 의료를 기본적인 권리의 개념으로 접근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 WHO 및 영어권에서는 공공의료를 Publicly Funded Health(or Medical) Care로 표현하여 공적재정으로 공급되는 의료를 공공의료로 정의하고 있다.

이후 다수의 문건들로 인해 공공의료의 정의는 공공재정으로 제공되는 의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굳어져 갔다. 한편 공공의료 제공의 주체는 국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한국은 국가가 운영하는 전국민 단일보험에 의하여 재정이 관리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민간이나 공공병원 누가 제공하느냐로 정할 수가 없고 그 역할과 기능에 의하여 공공의료가 해석되고 있다.

한국 공공의료는 2000년 1월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로 제정되어 동년 7월에 시행되었고, 2012년 2월에 전면 개정된 이후 2013년 2월부터 시행 중에 있다. 공공보건의료법의 개정으로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공공보건의료를 확충하기 위한 정책방향 하에 개념과 범위가 재정립되었다. 공공보건의료법은 제1조에 의거, 공공보건의료의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 국민에게 양질의 공공보건의료를 효과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법에서 정의하는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하여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한국의 공공보건의료정책의 발전은 크게 네 개의 시기로 구분된다(표 1).

한국에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국가 주도의 단일의료보험에 의한 공적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공공의료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지역 병원과 보건소 확충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시와 농촌,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지역별 의료 접근성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며 공공의료서비스 자체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을 확충하여 국민들에게 보편적이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공공의료의 목적은 모든 이가 똑같은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과로서의 공정이 아니라, 모든 이가 쉽게 그리고 적절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공정성의 영역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의 접근성과 적절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거점별로 국민들이 믿고 신뢰하는 공적 영역의 병원이 확충되어야 한다.

2. 국립대학병원의 역사 및 현황

우리나라의 국립대병원은 총 10곳으로, 1970년대 이전에 설립된 한국의 국립대병원의 전신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 시기에 만들어진 의원으로부터 시작된 각 시·도별 국립대학교 부속병원이었다.

국립대병원의 병상과 의료장비 현황은 다음과 같다.

1978년 서울대학교설치법 시행령으로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이 설립되었으며, 1991년 국립대학교병원설치법 제정으로 국립대병원들이 설립되었다. 국립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설치법 제1조에 의거하여 고등교육법에 따른 의학 등에 관한 교육 및 연구, 진료를 통하여 의학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보건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국립대병원은 공통적으로 교육과 연구, 진료를 통해 의학 발전과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립대병원의 주요기능은 ① 의학계 학생의 임상교육, ② 전공의의 수련과 의료요원의 훈련, ③ 의학계 관련 연구, ④ 임상연구, ⑤ 진료사업, ⑥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른 공공보건의료사업, ⑦ 그 밖에 국민보건 향상에 필요한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에 의하면, 국립대병원은 공공보건의료 전달체계의 한축을 이루는 중요한 기관으로,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9조(공공보건의료기관의 책무) 1항에서 대학병원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다음과 같은 필수공공보건의료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정의 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에 의거하여 의료보호환자 등 취약계층과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 등 타 분야와의 연계가 필수적인 보건의료를 제공해야 하고, 전염병 예방 및 진료, 아동과 모성에 대한 보건의료, 응급환자의 진료, 민간보건의료기관이 담당하기 어려운 예방보건의료 등을 제공해야 함이 명시되어 있다.

현재 10곳의 국립대 병원은 <표 7>과 같은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병원이 수익성 문제 때문에 실현하기 어려운 공익적 성격의 국민보건사업은 주로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보건소에서 시행한다. 한국의 의료는 국가보험 제도를 통해 공적 시스템으로 제공되나, 서비스 제공 주체가 주로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립대병원 또한 매년 적자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취약계층 지원사업이 제도적 틀 안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일시적·수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립대병원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받는 이유는 국립대병원이 공적재정의 지원이 부족한 현실과 함께 취약계층 사업을 위주로 한 보여주기식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수행하여 왔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서 국민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체감하지 못하거나 적절하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를 통해 의료를 포함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이 제공하는 공공보건의료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모아지고 있어서 지금까지의 국립대병원의 역할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수행하는 역할로 발전해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를 포함하여 그간에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4호에 명시되어 있는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보건의료 영역에서 국립대병원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과 보건소 등의 의료기관이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감염자 수용·격리·치료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공중보건위기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무증상 및 경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 생활치료센터가 3월에 문을 열어 서울대병원 인재원이 진료를 시작했고, 중등도·중증·최중증 환자 등은 환자 상태에 따라 감염병전담병원, 국가지정 입원 치료기관 등에 치료 병상을 배정하여 입원 치료를 시행했다. 생활치료센터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시행된 격리 치료 시설로, <표 8>과 같이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 민간병원 등을 중심으로 참여하여 의료인력과 병상 부족으로 인한 의료 붕괴 현상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의 운영이 감염병 유행에 대한 대응체계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확인이 되었다.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은 평시 및 국가 공중보건 위기 시 신종 감염병환자 등에 대한 격리 입원치료를 위해 질병관리청이 지정·운영하는 감염병관리시설로,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29개소 535병상(음압 198, 일반 337)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는 주로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이 입원 치료 및 관리를 맡는다. 국립대병원은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중심적인 의료기관으로, 이번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 국립대학병원의 문제점

국립대병원이 의대부속병원에서 특수병원으로 바뀐 이후로는 진료사업을 통한 수익성 창출이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국립대병원은 수익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최근 국립대병원과 관련된 논문 주제를 살펴보면, 수익성이나 운영에 관련된 주제가 대부분이다. 법인을 운영하는 데 있어 재정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나,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과 방법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립대병원은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함과 동시에 진료 및 교육, 연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병원 운영을 위한 경영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어떤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미흡하다. 각 병원마다 이러한 딜레마에 봉착하여, 결국 국립대병원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나 기능이 정확하게 정립되지 않고 있다.

국립대병원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의하여 국가의 출연금 또는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교육부로부터 병원 신축·증축, 시설 개보수, 의료장비 확충을 위한 예산을 지원받았으며, 복지부로부터 권역 전문질환센터, 지역암센터, 어린이병원 등의 진료시설과 장비 지원 사업자로 선정되는 경우, 사업 예산을 지원받아왔다.

그런데 국립대병원의 공공의료사업은 소속된 인력과 예산 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사업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한 검진사업이나 예방에 관련한 지원교육과 같은 단발성-저예산 사업 위주로 되어 있다.

<표 7>의 국립대병원의 공공의료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취약계층 지원에 대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높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검진사업은 일시적으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지지만, 일정 기간에 국한하여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경영상의 문제 앞에 국립대학병원은 제한적인 공공보건의료사업만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공공보건의료사업이 충분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치료 가능한 사망률은 지역 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의료에 대한 접근은 전국 각지에 있는 의사들의 적절한 수와 적절한 분배를 필요로 하는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경우에는 적절한 의료인력의 배치와 함께 효과적인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결과로 치료가능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시도에서는 치료가능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서울이 44.6명, 충북이 58.5명으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시군구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서울 강남구가 29.6명인데 비하여, 경북 영양군이 107.8명으로 가장 많았다.

통계청 최신 자료로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의 수를 시도별로 분류하면, 2019년 기준 전국 평균 3.0명, 서울시는 4.4명, 부산과 대구는 3.4명이었고, 세종시가 1.5명, 경상북도 2.1명 순이었다. 응급, 외상, 심뇌혈관 등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 의료 분야에서 지역별 건강 수준 격차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송체계 또한 비수도권 지역에선 미흡한 상황이다.

지역별 건강 격차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10만 명당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서울은 28.3명인데 반해 경남은 45.3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분만의료기관에 도달하는 평균 시간 또한 서울은 3.1분인데 반해 전남은 42.4분이다. 신생아의 사망률 역시 서울이 천 명당 1.1명이라면 대구는 4.4명으로 지역 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 1.

2015년 기준, 치료 가능한 사망률 -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

지방은 종합병원 수가 서울과 수도권 지역보다 적기 때문에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응급환자 발생 시, 근거리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지방의 응급환자는 원거리에 있는 종합병원 혹은 국립대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하는데, 그만큼 제 때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중간에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 병원이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인력, 시설,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하여 충분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5년 ‘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 역할 강화 및 기능재정립’ 연구를 통해 국립대병원의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한 바 있다. 해당 연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첫째, 공공보건의료 담당부처와 국립대학교병원 간 업무연계 미흡, 둘째,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 의무 규정 미흡, 셋째, 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의 취약성, 넷째, 권역거점으로서의 수직적·수평적 업무 및 서비스 연계 미흡이었다.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은 공공보건의료 담당 부처와 업무 연계를 강화하고 역할 수행 의무 규정 강화, 보건의료사업 확충, 수직적·수평적 업무 및 서비스 연계 강화 등이었다.

현재 국립대병원이 갖고 있는 문제점은 5년 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4. 국립대병원의 발전과제

국립대병원은 민간병원과 차별되어 공공보건의료영역의 네트워크 구성 및 사업을 수행하는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 따르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권역·지역에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육성하여, 공공보건의료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70여 개 지역별(3~5개 시군구)로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급 공공병원 또는 민간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여, 2차 의료서비스와 퇴원환자의 지역사회 연계 등 전달체계의 허브 기능을 부여할 것을 계획했다. 이는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지역의료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권역-지역-기초로 이어지는 공공보건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표한 2019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의하면 강원도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이 인구 백만 명당 가장 많고, 일반 의원, 병원, 요양기관 수를 보았을 때도 다른 지역에 비해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2017년 보건의료실태조사에서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축에 속했고, 강원도는 인식적으로도 의료 취약지로 꼽히고 있다. 전체 노인인구 비율이 전국 4위로 높은 편이나, 많은 수의 공공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것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순 보건소나 의원급 의료기관이 아니라 치료 및 처치가 가능한 병원급 의료기관이 더 필요하다는 것과 함께 의원급 의료기관을 포함하여 효과적인 의료 전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료 취약계층에게 단발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병원급 의료기관으로의 연계 및 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2018년 시도별 종합병원(300병상 이상)에 90분 내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은 강원도가 41.5%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2차 의료 서비스에 60분 내 접근하기 어려운 인구 비율 또한 강원도가 전반적으로 높았다(산부인과 30.9%, 소아청소년과 18.9%, 외과 14.7%, 정형외과 10.3% - 국립중앙의료원, 2019).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치료 및 처치가 가능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와 효과적인 전달체계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국립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 윤태호(2006)는 첫째, 10개 국립대학교병원 간의 인적 교류와 인력 활용을 통해 공공의료의 연계와 효율성을 추구, 둘째, 광역 자치단체와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여 공공의료 정책기획력을 증가시키는 방안 마련, 셋째, 병원의 공공성에 대한 평가지표 및 평가방법 마련, 넷째, 공공의료의 합목적성, 형평성, 효율성에 부합되는 국립대병원의 기능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국립대병원이 공공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위상 확보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타 의료기관과 차별화되는 공익적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립대병원은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사업을 주로 수행해왔다. 병원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사는 주민 혹은 의료 취약계층에게 당장의 시급한 지원을 함으로써 최소한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만으로는 국민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어렵다. 지역 간 건강 격차는 더욱 차이가 날 것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역 내 의료기관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함께 시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전략적 협력·지원 체계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 내 민간 병·의원들과 의료 협력 체계를 구축한 후 이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 국립대병원이 의료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역사회 의료기관과 협진 및 의뢰와 회송의 협력체계를 만들어나가면 지역사회의 의료접근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어 신뢰할 수 있는 책임의료가 이루어질 수 있고 국립대병원이 지역사회에서 책임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5. 맺음말

코로나19가 발병한 올해 2020년, 국립대학병원협의회는 4월 3일 교육부에서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아, 국립대학병원협회가 되었다. 참여한 대학병원은 서울대·충북대·충남대·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북대·전남대·제주대 총 10개 대학이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의료 상황에서 국립대병원들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들 치료 및 격리 방안으로 ‘생활치료센터’를 제시하여 운영하는 한편 중증환자들을 입원치료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음으로써 감염병 대응에 큰 역할을 하였다.

국립대병원협회는 향후 국립대병원의 개선 및 발전을 위하여,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및 의료서비스 강화 방안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병원 내부 감염관리 교육을 추진하고 시설과 치료재료 및 방호장비 등의 공동 공급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국립대병원협회는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 대비해 전공의 수련기간 중 공공의료 및 재난의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안 중이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의 보다 밀접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방안과 함께 국립대 병원이 1·2차 의료기관과 연계하여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될 할 수 있도록 의료 플랫폼을 제공하는 역할도 모색 중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국립대병원의 역할 또한 점차 커져갈 것이다. 특히나 시도별 공공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 및 공공의료사업에 있어서 국립대병원이 구심점이 되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발전, 더 나아가 의료체계의 발전을 이루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