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존중, 감사드립니다
김요한 서울시 양천구보건소 의약과 과장 대한공공의학회 학술간사관악구보건소, 서대문구보건소, 마포구보건소 그리고 양천구보건소. 지금까지 제가 근무했던 보건소들입니다. 근무 기간에 비해 비교적 많은 보건소에서 일했지만, 그 어떤 보건소도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혹은 문제가 있어서 퇴사한 적은 없었습니다. 첫 근무지였던 관악구보건소는 보건소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곳입니다.
2009년 3월 2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저의 첫 보건소 근무일입니다. 영·유아 예방접종 예진을 맡아 하루에 100명 넘는 영유아를 예진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혹시라도 예방접종 사고가 나면 어쩌나 싶어서 매우 걱정이 많았던 시기입니다. 인턴만 마치고 바로 들어갔으니, 청진기로 들어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영유아들의 심장 소리와 호흡 소리를 듣고, 잘 알지도 못하는데, 엄마들의 다양한 질문들을 받으며 3일 동안 근무를 하니 자신이 없어져서 바로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서 함께 일했던 간호사 선생님들의 배려와 존중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두 달 보내고 마침내 1년이 된 후, 소장님께서 1차 진료실로 자리를 옮겨 주셔서 처음으로 진료를 시작했습니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 선생님께서 잘 알려주시고, 진료 관련 수업들도 많이 들으면서 환자 보는 재미에 빠져 즐겁게 근무하던 중 따로 계획한 일이 있어서 정말 아쉬워하며 2010년 8월에 퇴사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다시 보건소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2013년 1월부터 서대문보건소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제 인생에 깊은 영향을 주신 소중한 두 분을 만났습니다. 한 분은 이준영 소장님이고 다른 한 분은 정연훈 과장님입니다. 이준영 소장님은 제가 우리 대한공공의학회에서 함께 활동할 수 있게 해 주신 분이고, 정연훈 과장님은 보건소에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양천구보건소 의약과장 자리를 추천해 주신 분입니다.
서대문구보건소에서 일하는 동안 분소에서 간단한 진료만 하다가 정연훈 과장님의 제안으로 지소로 옮겼고, 지소에서 다양한 일들을 해 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계획한 일만 아니라면 계속 서대문구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3년 정도 근무하고 퇴사하였습니다. 그러나 계획한 일이 잘되지 않아서 떠난 지 4개월 만에 다시 보건소를 알아봤는데, 마포구 오상철 소장님이 잘 봐주셔서 마포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마포구에서는 저를 ‘나’급(임기제 진료주사)으로 뽑아서, 나중에 ‘가’급(임기제 의무사무관) 자리가 생겨서 지원했을 때도 뽑아 주셨습니다. 정말 고마운 곳이고 동료 의사 선생님들도 좋고, 거기에 이주영 과장님까지 같이 계셔서 정말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는 것처럼 보건소 의약과장 자리가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일이고, 제가 사는 곳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소재 보건소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마침 양천구에 자리가 났다고 정연훈 과장님이 추천해 주셔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지원했습니다. 임기제 의사가 아닌, 행정직 과장으로 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가 제일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아주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지금 소장님께서 정말 잘해주시고, 많은 것들을 잘 알려주셔서 잘 배우고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보건소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의사가 보건소에 살짝 발을 들여놓은 순간 푹 빠지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대략 써 보았습니다. 누구를 만났는지가 결정적인 요소였습니다. 이곳에 이렇게 푹 빠지게 해 주신 보건소 의사 선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남기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