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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공공의학회 20년사 (2000~2020 Years)
대한공공의학회와 함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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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 공중보건과 공공의료 그리고 대한공공의학회

코로나19의 한가운데서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다

이숙영 강북구보건소 관리 의사

의과대학 입학으로부터 26년, 의사국가고시로부터 18년,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로서 12년의 세월이 흘렀다. 종합병원 과장 역할에서 갑자기 보건소로 돌아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지만, 학교 후배들을 진료하던 대학 보건소의 추억을 안고 과감히 보건소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진료부문이 아닌 일반행정은 의사 노릇만 한 이에게 매우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다. 일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상위 관청에서 명령을 하달받아야 하는 거대 조직의 일부로서 조직체계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는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거의 절대적인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조직 내에서의 의사 결정은 여러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해야 하므로 훨씬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협력을 이끌어내고 조정하는 역할까지 겸해야하는 것이 행정가로서의 기능이다.

또한, 다양한 직렬의 직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므로, 각 직렬의 특성에 대해서도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고, 직원들의 업무능력에 대한 정기적 평가도 해야 하므로 직원 하나하나에 대한 파악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에 더해서 부서의 특성상 민원인 응대와 행정소송을 담당하거나, 병·의원 약국 등을 지도·감독하는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예산·결산 등 회계와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기초자치단체의회에 출석하여 질의에 응답도 해야 한다. 이 모든 업무가 의무사무관인 부서장 한 사람이 해내야 할 목록에 포함된다.

안타깝게도 이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는 매우 흥미롭고 배울 점도 많았으나, 나 개인으로서는 적응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행정가’로서의 모습과 내가 실제로 수행해야 했던 ‘현실에서의 행정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고, 나는 그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했던 것 같다.

다시 보건소 진료 업무로 돌아온 후 코로나19 검사에 투입되면서, 의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함과 동시에 포기했던 보건행정의 경험이 소중한 자산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보건행정에 관심 있는 의사가 나에게 전직의 경험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면, 그저 ‘좋은 경험’으로서 한번 체험해보기를 추천할 수 있을까?

시작하기 전에 그 업무에 대해 모두 다 알고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공공보건의료의 최일선에 있는 보건소 부서장으로서의 의무사무관의 역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전임 과장님의 일부는 소장(지방의무서기관)으로 승진하게 되고, 일부는 나처럼 자리를 떠나게 되므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임용되어 출근한 첫날부터 바로 실무에 투입되어, 사전 교육이나 인수·인계는 전혀 받지 못했다. 의무사무관 이외의 다른 직렬 사무관들은 승진 전부터 승진 대비 리더십 교육 등을 받게 되고, 정기 인사에서 같은 시기에 임용되어 5주간의 단체 교육을 받는다. 또한, 업무의 고충과 애로사항 등을 함께 나누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직렬별 사무관 회합이 참으로 부러웠는데, 의무사무관들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9명만 임용되어 있으므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기가 쉽지 않았다.

정기적인 교육과 회합이 가능한 문화를 구축하기에 앞서, 의무사무관의 숫자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현실이 가장 안타깝다. 서울시에는 그나마 사무관·서기관 자리에 의사를 임용하고 있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의무사무관과 의무서기관의 수는 전무 하다시피 하다. 의사들이 행정 업무에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우선되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공공의료의 최전선인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은 행정을 하든, 진료를 하든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역사회의 일부로서 주민의 곁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앞으로 공공보건의료의 핵심으로서 보건소의 현실이 보다 발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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