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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공공의학회 20년사 (2000~2020 Years)
대한공공의학회와 함께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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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 | 공중보건과 공공의료 그리고 대한공공의학회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감철민 서울시 도봉구보건소 관리 의사 대한공공의학회 20년사 편찬위원회 위원

보건소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내가 어떤 의사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까 가끔은 하게 된다. 보건소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듣는 분들은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가끔 주위에서 보건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어볼 때 현재 하는 일을 설명해 드리지만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설명은 하지 않는다. 방문진료와 이동 진료를 담당하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래전에 보건사업평가대회에 참석해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로서 보건사업에 대해 알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보건사업 중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에 참여해 보았지만 이러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그 당시에 참 소중한 것이라고 느껴졌고 다른 의사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부터 의사로서 보건소에 근무한다는 것은 어떤 역할을 하는 의사일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기는 하였지만 명확하게 정리된 결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보건소 의사에게 필요한 교육에 대한 생각들이 가끔 떠올랐는데 공공의학회 서울시지부에서 만든 교육과정에 참여했었고 보건소 의사로 일을 하는데 도움을 받았었다. 몇 년 전 공공의학회에서 보건소 의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TF팀에 속해서 공부하고 논의하였던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여러 선생님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이것도 귀한 경험이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생각들을 하고 있지만, 아직 미완성이고 생각과 현실 사이에는 많은 거리가 존재한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아래에 서술한 몇 가지 생각은 공중보건에 대하여 서울시의 한 구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갖게 된 것이므로 다른 환경에 있는 의사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보건소 근무 의사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였다. 현재 서울시의 구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가 하는 업무를 살펴보면 대체로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진료, 대사증후군 관리를 위한 상담, 감염병 예방과 관리, 모성과 영유아 건강관리, 방문진료, 건강검진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최근에 돌봄서비스 사업이 추가되고 있다. 처음 보건소에 근무할 때보다는 변화들이 있었고 소장님들과 의무직 과장님들과 여러 선생님들의 고민과 생각들이 있으나 틀 자체의 변화는 아직 없는 것 같다. 한국의 의료체계에서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일부 선진국에서 보건전문가로서 공중보건에 종사하는 의사의 역할을 한국의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제가 공감이 되고 그런 방향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지만 현실적인 여건들로 인해 실행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2020년에 들어와서 코로나19에 의해 보건소에서 기존의 업무가 중단되었고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은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나 역학조사관으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감염병의 시대는 끝이고 비감염병에 집중해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살다가 현재는 대유행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데 기후변화, 인구의 증가와 인간의 주거영역의 확대, 국경을 넘어서는 대이동 등 여러 문제들이 앞으로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를 초래하여 또 다른 대유행의 위험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경고와 아울러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들을 접하고 있다. 그동안 비감염병에 치중하였던 우리의 업무들이 감염병과 비감염병 모두 다 중시해야 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더욱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둘째로, 이 대유행이 해결된 뒤에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기존의 업무로 돌아가게 된다면 기본적인 업무의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각자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것도 좋으나 공적인 필수교육 과정으로 책정하여 이수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논의와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건소마다 근무하는 의사의 수가 다르고 또 업무량 때문에 교육에 참여한다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있기도 하여 많은 의사들이 참여하고 싶으나 할 수 없는 상황에 있으므로 이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의 대유행으로 학교에서 비대면 교육이 활용되고 있으므로 이런 형태의 교육방법으로 업무교육과 공공의학회 학술대회에 참여를 위해 비대면 참여를 병행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셋째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 인력의 양성에 대한 생각이다. 일반진료를 담당하지 않는 의사들은 임기제 근무로 인하여 5년 후에는 새로운 채용과정을 거치면서 신분의 불안정, 채용 스트레스와 연봉하락으로 인하여 젊은 의사로 하여금 보건소 근무에 대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어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연령이 높아져 가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보건소 의사 채용과 양성에 대한 좋은 정책이 마련되어서 젊고 의욕이 있는 의사들이 보건소에 많이 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보건행정을 담당할 의사의 양성에 대한 생각이다. 현재 서울시 각 구 보건소에서 보건행정을 담당하는 의사는 대체로 의무사무관인 과장과 기술서기관인 보건소장 두 사람이다. 지방자치환경이 다르므로 이 또한 전국의 보건소가 동일하지는 않다. 일반직에서는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 한 달간의 사무관 교육과정이 있는데 의무직은 특채로 임용되므로 교육과정이 없이 실무에 바로 참여한다. 물론 잘 대처하는 분들도 있으나 행정에 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일반직과는 다른 특채임용이라 교육시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그리고 보건행정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을 위해서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채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의학회에서 좋은 멘토 선생님들을 선정하여 이런 분들을 돕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무직 과장과 보건소장을 개방형으로 채용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개방형 채용의 장점도 있다고 보지만 이로 인해 의무직 과장직과 소장직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단기적인 결과 중심으로 업무 수행이 이루어질 수 있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건행정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개방형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넷째로는 공중보건과 공공의료에 있어서 공공의학회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공중보건 교육과 현장학습이 강화되었으면 좋겠다. 임상의사의 양성이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보건과 관련 있는 업무에도 종사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업의 단계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일정의 이론 교육과 현장에서의 학습을 통해 보건 관련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동기를 학생 시절에 만들어 주어 졸업 후 예방의학이나 보건대학원을 통해 깊이 있게 배우고 이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공공의학회의 역할의 하나라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에 공공의학회를 중심으로 의과대학학장 협의회나 교수회를 통해 기존의 교육과정이 임상의사 양성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을 공중보건에 종사할 의사의 양성에도 힘쓰도록 의과대학 교육과정의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서 공공의료와 공중보건에 대한 가치와 개념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정부정책과 그에 대응하는 휴학과 파업에 이른 상황을 맞이하다 보니 대다수가 동의하는 개념과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의료인, 보건전문가, 경제전문가, 정부, 시민들의 지속적인 노력들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본이 되는 가치와 개념을 공공의학회에서 정립하고 또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어 공공의학회가 논의의 장을 만들고 실천 가능한 제안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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