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석 | 대한공공의학회 초대 부회장 / 제13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 /휴앤유병원
1. 먼저 근황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선배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근무처, 현재 하시는 일 등을 말씀해 주세요.
예, 저는 최근에 부천에서 15년간 운영하던 재활의학과 의원을 폐업하고 봉직의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 폐업을 했는데 다행히 현재는 재활전문병원에 취업해서 주로 입원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2. 어떻게 대한공공의학회에 함께 하시게 됐나요?
1999년에 저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당시 의사협회에는 직역 대표 조직이 개원의사회, 전공의협의회, 군진의학회 등이 있었고 보건소, 의료원 등 공직에 있는 의사를 대표하는 조직은 없었습니다. 특히 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정식 조직이 아닌 비공식 단체였으므로 의견 개진과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에 많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뜻 있는 공직 의사들과 함께 공직 의사들만의 조직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때마침 1999년 4월 대한의사협회 제51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협 산하 조직으로 공직의협의회를 신설하도록 하는 정관 개정안이 상정되고 최종 의결되어 관련 근거가 마련되어 있었으므로 2000년 2월 18일 이준상(당시 국립보건원장), 이준영(서울시립서대문병원장), 전혜정(성동구보건소장), 김혜경(구리시보건소장), 그리고 공중보건의사 대표인 제가 처음으로 모임을 갖고 조직 구성과 설립을 최초로 협의하였습니다. 같은 해 3월 7일 국립의료원에서 발기인 모임을 갖고 도종웅 국립의료원장님을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추대하였으며 3월 11일 국립의료원 강당에서 ‘대한공공의학회’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월 29일 대한의사협회 제116차 상임이사회에서 대한공공의학회가 대한의사협회 산하 공직의협의회로 정식 인준되었습니다.
당시 명칭을 ‘공공의학회’로 하게 된 것은 공직에 있는 의사들이 공무원 신분이므로 학회 형태로 조직을 구성하게 된 것입니다(당시는 공무원노조도 없던 시절이었음). 저는 창립총회에서 공공의학회의 당연직 부회장으로 선출되었으나 가장 나이가 젊었든 관계로 오원용 총무이사님(당시 국립의료원 치료방사선과장)과 함께 학회 간사 역할을 하면서 사실상 학회 실무를 전담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공의학회 회무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3. 공중보건의사로서 근무하시면서 보람 있었던 일, 기억나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제가 공보의로 처음 배치받은 곳은 경북 안동시 와룡면 보건지소였습니다. 보건지소에 내원하는 하루 환자 수가 적어서 가끔 방문진료를 나가곤 했는데 안동댐 근처의 어느 마을을 비포장도로를 한참 차로 달려 방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와상 상태로 투병 중이던 할머니를 진료하고 수액주사를 처방했습니다. 지소장이 직접 차를 몰고 왕진을 와서 무척 좋아하셨던 할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 보건지소에서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보건사업에 활발히 참여하는 공중보건의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저는 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이 되었고, 서울에 와서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보건소 등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공직 의사 선생님들을 만나고 함께 공공보건의료가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고민했는데… 그때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순수했던 저의 젊은 시절이었고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4. 대한공공의학회 임원으로서 일하시면서 기억나는 일들, 아쉬운 점, 보람 있었던 일 등을 말씀해 주세요.
공무원 조직에서도, 의사 사회에서도 알아주지 못하고 아무런 지원도 없던 공중보건의사와 공직 의사들을 대표하는 공공의학회를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고 고민했던 모든 순간들이 다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국립의료원의 스칸디나비안클럽에서 처음 창립총회를 가졌던 날이 기억납니다. 그때 음식이 많이 남아서 연어회를 실컷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명예도 보상도 없는 일이었지만 오로지 대한민국의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그때 많은 선생님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공공의학회가 발전하고 공직에도 많은 의사들이 진출하여 공공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공공의학회 창립에 참여했던 사람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5. 마지막으로 20주년을 맞이한 대한공공의학회에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공공의학회는 대한민국 공공보건의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의 학술단체입니다. 당연히 많은 학술활동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와 함께 공직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권익 옹호와 친목 도모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민간의료와 공공의료는 서로 보완되고 협력해야 합니다. 저도 지금은 이렇게 민간 영역에서 일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금지하는 우리나라 의료에 있어서 공적 의료와 사적 의료를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정식 산하단체이자 공직 의사들을 대표하는 학술단체인 공공의학회가 대한민국 공공보건의료의 핵심 단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공공의학회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적다 보니 그때 열심이었던 그 시절이 새록새록 생각납니다. 지금은 희끗희끗 하지만 저의 청춘을 바쳤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렇게 공공의학회가 많은 발전을 한 것에 대해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뵙고 술 한잔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경 소장님, 이준영 원장님, 박찬병 원장님, 오원용 선생님과 함께…(초창기 공공의학회 설립 때 제일 열심히 하셨던 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