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과 공공의료를 아우르는 학술단체, 대한공공의학회

김동현 한국역학회 회장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사회의학교실 교수

지금 전 세계는 지난 백여 년에 경험한 바 없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중보건위기는 건강피해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피해와 충격이 커 한 국가의 총체적 대응 역량이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느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까지 위기 대응을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위 ‘K-방역’의 성과이다. K-방역에 기여한 요인에 대해서는 많은 평가가 진행되고 있고, 보다 다각적이고, 최종적인 분석은 코로나19의 종식 이후 이루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의 방역 과정에서 드러난 두 가지 핵심적 교훈을 들자면, 하나는 우리나라 공중보건조직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지역보건소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19 와 같은 대형 재난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전국 모든 시군구 보건소에 선별검사소를 설치·운영하고, 확진자 발생 시 즉각 역학조사팀을 파견해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추적 관리하는 대응체계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은 일등 공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보건소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지역사회 공중보건조직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생활치료센터 등으로 연결되어 동네 골목골목 지역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는 거미줄과 같은 촘촘한 건강안전망이다. 이들 지역보건조직이 지역사회건강을 위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감염성 질환 관리뿐 아니라 운동과 영양 등 건강생활관리, 금연과 절주, 치매 등 정신건강관리, 심뇌혈관 포함 비감염성 만성질환 관리, 아토피 천식 관리, 작업장 건강 관리, 방문보건사업 등 비감염성질환의 모든 영역과 대상집단을 아우르고 있다. 지역보건조직의 이와 같은 포괄적 사업수행은 우리나라 건강정책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과 돌봄으로, 병원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는 물적 토대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코로나19와의 전선 최전방에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이 있었다. 특히 광역지자체의 지방의료원은 정말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제적으로 병상을 비워두고, 밀려드는 확진자 치료의 대부분을 담당해 내었다. 이같이 위기 상황에서 즉시 동원 가능한 공공의료기관의 필요성은 이제 누가 뭐래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두 공공보건의료조직의 존재는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그 역할이 확인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복해야 할 많은 과제도 다시금 드러냈다. 지역보건소의 경우, 근거기반 보건사업 수행을 위한 기능 개편과 전문성 제고, 질적으로 우수한 공중보건 인력의 양성, 그리고 지역보건사업 거버넌스를 책임질 수 있는 조직체계 개편 등과 같은 오랜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방의료원의 경우, 무엇보다 지역사회 거점의료기관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기관의 대폭 확충과 시설과 장비의 선진화, 우수한 의료인력이 배치될 수 있는 근무 여건 조성, 이를 위한 국가재정의 전면적 투자가 필요하다.

대한공공의학회는 지역보건현장과 공공의료현장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의료인들의 학술단체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개혁은 의료의 공공성 확대를 통한 지역주민의 의료이용 격차 해소와 지역사회 기반 건강증진과 질병 예방 사업을 통한 지역주민의 건강수명향상으로 나아갈 것이다. 공중보건조직과 공공의료기관의 전문가들이 그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대한공공의학회에 놓여진 짐이 무거운 만큼,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미래를 짊어진다는 각오와 자부심을 새롭게 하는 20주년이 되길 기원합니다.